특파원칼럼] GE의 리더십

김기훈 뉴욕특파원 khkim@chosun.com

입력 : 2005.08.23 18:57 58'




▲ 김기훈 뉴욕특파원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전원풍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으나 건물들이 그처럼 단출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연간 매출액 160조원에 전 세계 직원 32만명, 미국을 대표하는 다우존스 주가지수에 유일하게 100년 동안 살아 남은 GE(제너럴 일렉트릭)의 연수원이 이처럼 소박할 줄이야.

기자가 최근 방문한, 세계 최고의 ‘CEO(최고경영자) 사관학교’로 불리는 크로톤빌 연수원(정식 명칭은 ‘존 웰치 리더십 개발 센터’)은 뉴욕주 오시닝에 1~3층짜리 아담한 건물 5개동으로 이뤄져 있었다. 건물들은 반경 100ｍ 안에 아기자기 모여 있어서, 외견상 국내 시중은행 연수원보다도 작았다. 하지만 밥 코코란 연수원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기자는 거대한 GE를 움직이는 동력(動力)에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GE는 경영자의 리더십 개발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한다는 신념이다. 그래서 기자의 첫 질문은 “왜 리더십이 중요한가”였다. 코코란 원장은 “회사의 규모가 크고 구성원이 다양한 사회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혼란이 일어나고 평범한 사람들만 존재하게 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 “위대한 리더는 어떤 환경에서도 사람들과 조직의 성과수준을 끌어올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을 평균 이상의 사람으로 만들어 왔다”는 역사적 경험이 답변으로 돌아왔다.


한국 사회에서 시끌벅적한 성장론에 생각이 미쳐 리더와 성장의 관계를 물었다. 그는 “성장은 기업의 심장(heart)과 같은 것”이라며 “리더는 큰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므로 반드시(must) 성장형 리더여야만 한다”고 했다. 성장을 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이익을 돌려주지 못하고, 종업원들도 직장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조직을 성장시키지 못하는 리더는 자격이 없느냐”고 되물었더니 “GE처럼 큰 조직을 이끄는 사람은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GE의 리더는 어디에서 성장의 탈출구를 찾을까. 코코란 원장의 설명은 간단했다. “전 세계 경영환경을 보면 선진국 시장은 커질 만큼 커져서 정체상태다. 대부분의 성장은 중국과 아프리카 등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므로, 결국 이러한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리더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코코란 원장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고객에 대한 열정,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능력, 풍부한 상상력, 충분한 전문지식 등 4가지를 꼽았다. 또 임직원들을 평가할 때에는 ‘업적’과 ‘성과’를 최고의 판단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매년 크로톤빌에는 갓 입사한 대학졸업자부터 전 세계 GE 계열사의 경영자,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까지 수천명이 모여 전 세계적 당면 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의하며,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코코란 원장은 “크로톤빌은 GE 조직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역사와 문화의 상징물(touchstone)”이라며 조직 통합의 노하우도 소개했다.


국가든 기업이든, 거대한 조직이나 구조물에는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있다. 코코란 원장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반복된 단어는 ‘리더십’ ‘성장’ ‘성과’였다. ‘창조적인 리더십’과 ‘끊임없는 성장’이 GE의 세계 1등 비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리더십과 성장 엔진을 제대로 찾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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