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임원영입은 과연 약일까 독일까?
중견·벤처들 사업기획/기술/마케팅/인사 등 ‘영입효과’에 의견 분분
매년 삼성전자 인사분야 퇴사 8~10명 ‘재취업 100%’
“점령군처럼 행동” 비판도…“효과 내려면 투자와 조화 필요”


» 코스닥기업 등기이사 출신기업 분포


#사례1. 위성 디지털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휴맥스는 지난해 4월 삼성전자 출신 인사담당 임원을 영입했다. 벤처에서 대기업으로 진입한 휴맥스는 국외법인을 포함해 매출이 7천억원대에 이른다. 회사의 성장에 따라 인사와 품질·공정관리를 체계화할 필요성도 커졌다. 또 삼보컴퓨터나 팬택계열의 전철을 피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변대규 사장은 기존 인력관리실 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주1회 팀장급 오찬을 정례화하고 복장 및 근태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시스템경영’을 위한 한 축으로 인사관리 부문의 변화에 나선 셈이다.

#사례2. 삼성출신 임원이 100명이 넘는 것으로 유명한 동부그룹은 다음달 초 ‘시스템 경영’의 본부 노릇을 해왔던 ㈜동부의 컨설팅 기능을 동부정보기술에 넘기는 등 조직을 대폭 축소시킨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동부는 계열사들에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사체계를 도입하는 등 그룹내 인사관리를 총괄했었다. 또 삼성에스디에스 대표이사 출신으로 지난 2002년부터 동부그룹 부회장을 맡아왔던 이명환씨도 지난 연말 퇴사했다. 익명을 요청한 동부그룹의 한 임원은 “이 부회장의 퇴진은 2000년대 들어 지속된 경영혁신 실험 중 특정부분이 폐기된다는 한 신호”라고 밝혔다.


‘삼성맨’ 영입은 약일까 독일까. 최근 3~4년 동안 중견그룹과 벤처기업들이 사업기획·기술·마케팅은 물론 인사·재무 분야까지 삼성출신 임원급의 영입에 적극 나서면서 ‘삼성맨 영입효과’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삼성맨’의 인기는 코스닥 상장사 임원들의 면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0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코스닥 일반기업 중 매출액 상위 30개사의 임원경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 직장이 공개된 117명 중 삼성전자 출신이 20.5%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삼성에스디에스(2.6%) △삼성물산(2.6%) △엘지전자(2.6%) 등의 순이다. 그룹사별 비율은 삼성이 37.6%(44명)로 가장 높았고, 현대(4.3%), 대우(4.3%), 엘지(3.4%) 등이 뒤를 이었다. 헤드헌팅 업계에서는 이런 삼성 출신 임원 선호현상을 △2000년대 들어 확립된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위상 △이병철 전 회장 이후 쌓아온 ‘관리의 삼성’이라는 이미지 △개발·마케팅 쪽에 견줘 관리조직이 취약한 초기기업의 한계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풀이한다. 실제 매년 삼성전자에서 퇴사한 인사관리 분야 임원·간부급 8~10명 중 거의 100%가 중견·벤처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맨 영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시스템 구축을 위한 투자’와 ‘사내공감을 위한 속도조절’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증권 출신인 엠피3플레이어업체 레인콤의 임지택 이사는 “성과별 보상체계 구축처럼 삼성에서 당연시하는 시스템도 다른 기업에 적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력직이 많은 벤처기업의 문화적 특성 때문에 당장 직무급제 등을 도입할 경우 직원들의 반발을 산다는 것이다. 레인콤은 2년여 동안 회사전체의 연봉예산(페이밴드)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능력과 임금의 불균형을 바로잡았다. 휴맥스의 경우, 기존 에이치아르(HR)팀을 인력관리실 체제로 바꿨고, 창업자인 변대규 사장이 임직원들과 매주 한두차례씩 간담회를 통해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삼성 임원을 영입했다 효과를 거두지 못한 기업 관계자들은 ‘삼성 출신들이 점령군처럼 행동하고, 성과부족을 곧잘 시스템 미비 탓으로 돌린다’고 비판한다. 20년간 동부그룹에서 근무한 한 퇴직자는 “동부그룹 자체도 1990년대 중반 연봉제를 도입할 만큼 관리시스템 혁신에 뒤진 조직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이명환 전 부회장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직선적이어서 기존 국책은행 및 이륭건설 출신 임원들과 갈등을 많이 빚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분야 장비업체의 한 대표이사도 “작은 기업은 스피드와 유연성이 중요한데 삼성 출신을 영입했다가 특유의 경직성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돌아봤다.


이에 대해 헤드헌팅업체 커리어케어의 신현만 대표는 “고급인재 시장에서 삼성 선호 현상은 인재간 경쟁문화와 강한 사내규율을 체화했다는 강점 때문”이라며 “그러나 영입인재가 기업의 기존문화 및 시스템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